성수에서 다시 인사드립니다

자주 가던 곳의 영업 종료 소식은 갑작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러다 좋아하던 그곳을 다시 만나게 되면, 그만큼 반가운 일도 없죠. 이번 side b: curation에서는 다른 곳에서 성수로 자리를 옮긴 네 곳을 소개합니다. 단골이라면 기존과 닮거나 다른 점을 찾으며 반가워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콘텐츠를 통해 이곳들을 처음 알았다면 매력적인 공간을 만나는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고요!
더 네온문: 성수에 재현한 미국의 레트로 무드

연남동 동진시장 골목을 지나갈 때, 달이 그려진 네온사인 간판을 본 적 있나요? 작지만 빈티지 의류와 소품들로 가득했던 레트로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네온문’의 상징같던 간판이었죠. 2014년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네온문은 지난 2021년 4월 말, 연남동에서의 7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잠시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4월, 성수동의 한적한 골목길에 새로운 모습을 한 네온문이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일본 가정식을 선보이는 40kitchen과 함께 '더 네온문' 이라는 이름으로요! 연남동의 네온문이 시장 근처의 조금은 한적한 골목에 자리했던 것처럼 성수의 '뉴 네온문'도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요. 성수에 새로 문을 연 네온문은 빈티지샵과 사무실, 식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빈티지 무드가 물씬 느껴지던 네온사인은 변함이 없고요.


입구에 들어서면 아늑하고 안락한 분위기와 레트로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요, 마치 미국 어느 시골의 다이닝 바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1950-60년대의 미국 시골의 작은 가게는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더 네온문은 기프트샵과 스낵바로 공간을 나눌 수 있습니다. 기프트샵에는 공간을 소개하는 안내문도 비치되어 있어요.



기프트샵의 분위기는 ‘알록달록, 아기자기, 올망졸망’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아이템들은 도대체 어디서 구하시는 걸까?’ 하는 생각에 연신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해요. 장난감, 소품뿐만 아니라 접시나 컵 같은 생활용품들도 곳곳에 있고요. 더네온문 특유의 레트로 무드와 딱 맞는 제품들로 가득합니다.


연남동의 네온문과 성수 더 네온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스낵바 공간의 유무일거예요. 더 네온문에서는 카페 메뉴와 디저트는 물론 간단한 식사와 주류 메뉴도 주문할 수 있는데요. 커피와 디저트, 또는 와인으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부담 없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스낵바로 지었다고 해요.


성수동에 자리 잡은 지 1년 남짓 지났지만, 마치 300년 묵은(?) 자태를 갖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요. 별 생각 없이 스윽 구경하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네온문의 색이 듬뿍 담긴 공간 구석구석을 천천히 살펴본다면, 이곳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더 네온문은 아이도, 반려동물도 환영합니다! 다만 함께 방문한다면 물건도, 아이와 반려동물도 다치지 않도록 조금만 더 세심히 살펴주세요.
코런트 : 북촌의 작은 사랑방이 그대로 성수에

북촌 계동의 코런트를 기억하시나요? 푸른색이 떠오르는 아늑한 공간에서 맛있는 핸드드립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죠. 코런트는 2019년부터 약 2년간 자리해 온 북촌을 떠나, 1년 8개월 만에 성수동 끝자락 뚝도시장 근처의 골목에 새로 터를 잡았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성수-뚝섬역 중심보다 좀 더 느리게 흘러가는 마을 같은 분위기가 있는, 북촌 계동에서 느꼈던 ‘사람 냄새 나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간 안에는 커피바와 넷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 그리고 벤치가 놓여 있어요. 북촌 코런트에 있던 파란색 조명이 익숙했고, 커피바의 디자인도 그대로 옮겨온 듯했습니다. 커피바 옆에 있는 진열장에는 대표님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굿즈와 여러 소품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공간 인테리어와 집기까지, 북촌 매장 시절에서 쓰던 것들이 많았지만 성수로 이사하면서 한 가지 바뀐 점이 있습니다. 기존 핸드드립 방식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린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뚝도시장에서 매일 공수해 오는 ‘뚝도 가래떡’이라는 메뉴도 새로 생겼습니다.


카페를 방문했을 때, 계동의 코런트를 아끼던 손님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요. 동시에 코런트를 성수에 새로 오픈한 곳으로 알고 오신 분들도, 카페 앞에 간판이 없다 보니 여기가 어떤 공간인지 물어보는 동네 주민분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수의 코런트 역시 북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대화, 공간을 채우는 음악, 그사이에 섞여 있는 잔잔한 소음까지도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적거림을 피해 찾은 골목길에 자리한 쉼터이자 햇살이 따스하게 감싸는 사랑방 같은 공간, 코런트의 성수동 새 공간에서 여유로움을 느껴보세요.
굴림: 논현동 구움과자 천국이 성수동으로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고 반죽을 바로 구워서 만드는 ‘구움 과자'는 마들렌이나 휘낭시에, 까눌레같이 크기가 작고 커피나 차와 함께 즐기기 좋은 빵 종류를 뜻해요. 다양한 맛과 식감을 자랑하는 논현동의 구움과자 맛집이 성수동 한적한 골목에 새롭게 자리했는데요, 지난 2021년 겨울 논현동 매장을 정리하고 성수동으로 이사한 굴림입니다.



크림색 벽과 회색빛 바닥, 나무로 된 집기류 모두 논현동 매장의 인테리어 콘셉트 그대로 성수동 매장으로 옮겨왔습니다. 쇼케이스에는 독특한 재료로 만든 휘낭시에와 마들렌, 다양한 종류의 베이커리 메뉴로 가득한데요, 빵의 비주얼만으로도 벌써 이 곳이 '구움 과자 맛집'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굴림이 성수로 옮길 때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이 있었다고 해요. 이전 매장과 마찬가지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닌 ‘한적하고 아늑한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점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조건과 일치하는 공간을 찾아 지금의 이 자리에 두 번째 매장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굴림에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한강 산책로가 있다고 하니,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수로 매장을 옮기면서 논현동 매장에는 없던 테라스 공간도 새로 생겼는데요. 요즘 같은 날에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겠어요.


굴림은 복잡한 성수역 거리를 벗어나 차분한 골목 풍경을 속에서 기분 좋은 맛과 비주얼의 구움 과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의 구움 과자와 페스츄리는 매장에서 즐기기에도 좋지만,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기에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바이레인 : 중곡동 디저트 카페에서 성수의 빵지순례 명소로

전국 방방곡곡 맛있는 빵을 파는 베이커리나 카페를 찾아다닌다는 뜻의 ‘빵지순례', 이 빵지순례에 성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겠죠. 빵지순례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알려진 서울 광진구의 유명한 디저트 맛집 바이레인이 뚝섬역 근처 골목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바이레인은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작은 카페 겸 베이커리였어요. 치즈 조각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제리의 치즈케이크', '후르츠 산도' 등 맛은 물론 인증사진을 부르는 비주얼로 이름을 알린 곳입니다. 성수로 매장을 옮긴 후에는 디저트 메뉴뿐만 아니라 페스츄리, 마들렌, 소금빵 등 베이커리 메뉴가 더욱 늘어났습니다. 대파, 바질페스토, 호박 등 독특한 재료를 이용해서 만드는 메뉴들은 어떤 맛인지 더욱 궁금해지네요.

특히 초당 옥수수 페스츄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소한 옥수수와 콘푸레이크, 단짠단짠 크림의 조화가 환상적이라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바이레인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마찬가지로 식전 인증사진을 부르는 비주얼도 바이레인만의 시그니처라고 생각합니다. 에스프레소 투 샷을 넣어 고소하고 진한 맛의 아이스라테와 함께 드셔보세요.

공간 한 쪽 벽면에는 중곡동 시절을 담은 추억의 사진과 그림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2017년 당시 매장 모습을 그린 그림, 마지막 영업 무렵에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도 붙어있습니다. 중곡동의 바이레인의 추억이 고스란히 새 공간에 옮겨온 듯 했어요.


유동인구가 많은 성수로 옮겨온 만큼 무인 키오스크, 웨이팅 기기 등 전에는 없던 것들도 놓여져 있었어요. 그럼에도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베이커리 메뉴를 만드는 마음만큼은 변함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를 옮겨도 여전히 인기 만점인 빵지순례 명소, 이번 주말 바이레인에서 달콤함을 충전해보는 건 어떠세요?
Edit|Photo by 진정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을 혼자서도 잘 찾아다닌다. 쉬는 날이면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리스트를 보면서 하루에 서너 곳씩 돌아다니는데, 직접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글을 쓰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게으른 기록자이기도 하다. 좀 더 ‘부지런한 기록자’가 되기 위해 사부작사부작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