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배경이 되는 캔버스를 닮은 브랜드, 더블유에스티디(WSTD)

브랜드 언박싱
우리 주위에 빛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 제품에 대한 철학 등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의 고유한 생각을 나눕니다. 여러분의 언박싱을 더욱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Editor’s comment
크고 작은 브랜드가 저마다의 빛을 가꾸는 성수동 골목 한켠, 작은 공간에서 제 빛을 은은하게 내고 있는 브랜드, WSTD가 있다. 10년간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거침없이 만들어 온 이은현 대표와 그의 아내이자 베테랑 온라인 MD 출신 손보형 CD가 취향을 가득 담은 WSTD는 기본의 것들로 이루어진 간결한 테이블웨어를 선보인다. 어떤 음식이든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우리의 일상을 예술로 담아내는 캔버스와 같은 도자기 브랜드 더블유에스티디(WSTD)를 만났다.

UNBOXING 1 집을 꾸미는 즐거움에서 시작한 두 번째 창업
Q. 식기와 컵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테이블웨어죠. WSTD 그릇은 베이식하고 단아해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해요. 마치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 같기도 해요.
(이은현) 말씀하신 것처럼 그릇에는 캔버스라는 비유가 잘 어울려요. 예술의 영역에 가까운 분야거든요. 무조건 값비싼 기계나 설비 시설, 재료가 있어야 좋은 그릇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어떤 생각으로 만들고 재료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만드는 손(手)의 힘이 큰 영역이죠.



WSTD 성수 쇼룸에서, 이은현 대표(우)와 손보형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좌)
(손보형) 그릇은 음식을 빛나게 해야 해요. 매일 수차례 손이 닿는 도구니, 어느 음식에든 잘 어울리는 심플한 디자인이어야 하죠. 이런 특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광이라 생각해. 제일 먼저 무광 그릇 라인 DTD(day to day)을 첫 제품으로 선보였어요. 화려하지 않지만, 한식, 일식, 양식, 중식 등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리는 은은한 매력이 있거든요.
Q. 은현 대표님께서 트립웨어 브랜드 로우로우(RAWROW)를 10년간 형 이의현 대표님과 운영해 오셨다고 들었어요. 그럼 두 번째 창업이시네요. 도자기 브랜드 더블유에스티디(WSTD) 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손보형) 저희 둘이 가정을 꾸리고 자연스럽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관심이 점점 생겼어요. 결혼 전에 웨딩 촬영 겸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갔는데, 히스 세라믹* 플래그십 스토어를 둘러보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리가 서로 잘하는 역량을 살려서 그릇과 그릇을 담는 가방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이야기 나눈 것이 시작이었어요.
(이은현) 여행 내내 그 대화가 계속 맴돌았어요. 한국에 오자마자 무작정 경기도 여주로 향했죠. 제가 추진력이 좀 빠른 편이거든요. (웃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집을 꾸미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또 저희가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을 특별하게 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니 접근하기 쉬웠어요.
*히스 세라믹: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소살리토 지역에서 생산된 도자기 브랜드




Q. 브랜드명 ‘더블유에스티디(WSTD)’는 We Share Things Daily의 앞 글자가 모인 것이더라고요. 이름과 컨셉을 어떻게 정하셨어요?
(이은현) 매일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평범한 일상은 물론, 특별한 날에도 자주 손이 가는 그런 제품이요. 그래서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제품에 일관성 있게 담으려고 노력해요. 사용할 때의 편리함은 기본으로 두고요.
(손보형) 브랜드명에도 우리의 생각이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매일 함께합니다.’라는 문장을 영어로 풀어 앞 단어씩 꺼내보니 입에 잘 붙고 보기에도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무슨 뜻이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UNBOXING 2 자연이 만들고 WSTD의 노력이 쌓인 도자기
Q. 패션 분야와 다른 영역인 만큼,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더 큰 노력과 시간이 들었을 것 같아요.
(은현) 로우로우에서도 가방, 의류, 안경, 캐리어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왔지만, 그동안 만들어 본 제품 중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가장 큰 분야가 도자기예요. 똑같은 작업 방식으로 만들어도 가마를 열기 전까지 제품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어렵더라고요. 이론적으로는 매우 쉬운 일일 것 같지만,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변화가 어려워요. 제조 공장마다 가마의 온도도 다르고 잘하는 분야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보형) 시중에도 심플한 무광 그릇이 많이 있다보니 차별화에도 고민이 있었어요.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 절대적인 정답은 없으니까요. 심플함, 화려함, 세련미 등등 취향의 영역이거든요. 그중 가장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취향 중 하나가 색(color)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광 그릇 중에도 다채로운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으로 차별화를 꾀했어요. 베이지, 무채색 무광 그릇도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색을 입히면 더 곱고 예쁘거든요.




Q. 그릇은 손의 힘이 큰 영역, 제작이 까다로운 분야라고 하셨어요. 특히나 원하는 색의 그릇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요. 제작하면서 기억 남는 에피소드도 있으신가요?
(보형) 초반에는 주황색, 파란색, 보라색 등 팬톤 색상을 다 만들어 봤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이 까다로워서 원하는 대로 색이 잘 안 나와요. (웃음) 여주 도자기 가마 공장에 가면 사장님이 ‘도자기는 자연이 만들어 준다’는 말을 늘 하세요. 가마에 갓 구워 나온 제품들을 보면서 ‘왜 이번에는 이런 색이 나온 걸까요?’ 매일 물으면 ‘이번에 비 왔잖아’하시고 또 어느 날은 ‘여름이잖아, 여름에는 원래 이렇게 나와’ 하시죠. 사실 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웃음)
(은현) 한 가마 안에서도 제품이 놓인 위치에 따라 온도가 10도 가까이 차이 나요. 가마 제일 위쪽이 불과 가까운 곳이라 제일 뜨겁고 반대쪽인 입구는 가마 문틈 사이로 바람이 통하니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죠. 이렇게 가마 내 위치는 물론,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도 미세하게 제품이 달라져요. 매일 여주에 가서 공장 사장님과 제품별 가마 위치를 분류하고 검수하면서 생산 일지를 기록하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갔어요. 덕분에 WSTD를 다채로운 색감을 잘 표현하는 도자기, 테이블웨어 브랜드로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경기도 여주 도자기 공장에서 제품 제작하는 모습
Q. 무광 그릇은 은은하고 담백한 매력이 있지만, 관리 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지 않나요?
(보형) 우리가 흔히 기스라 표현하는 금속흔 때문이죠. 수저, 젓가락 등 금속 커트러리가 그릇을 긁으면서 표면에 자국이 남는 거거든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라 이해가 돼요. 실제로 설거지할 때 그릇, 커트러리를 따로 두고 하지 않잖아요.(웃음) 그래서 구매할 때 충분히 무광 그릇의 유의 사항을 안내 드리고, 우드 커트러리를 별도로 판매하고도 있죠.
(은형) 물론 금속흔이 미관상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동안 이 그릇과 함께 해온 일상의 흔적들이라고 생각해요. 금속흔이 남겨진 그릇은 우리의 삶의 이야기고 시간의 흐름이 담긴 것이니까요.



Q, DTD 라인과 테라조 라인, 아뜰리에 라인도 있어요. 라인별로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보형) WSTD가 지향하는 데일리 테이블웨어의 컨셉에 맞게 ‘쓰임이 좋은’ 제품들로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싶었어요. 테라조(TERAZO) 라인은 간결하며 실용적인 제품으로 타일에 영감을 얻어 만들었죠. 반무광 아이보리 색감에 콕콕 박힌 점이 포인트예요. 가마에 도자기를 구웠을 때 생기는 철분인데요. 보통 단점으로 보고 가리는 경우가 많은데, 있는 그대로 살려봤어요. 음식을 담아보면, 오히려 이 점들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답니다.
(은현) 아뜰리에 라인은 DTD, 테라조 라인의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출시했어요. 금속흔이 남지 않아 누구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도자기 표면의 질감을 강조해 독특함을 더했어요. 공방에서 제작한 느낌을 주고 싶어 불규칙한 표면을 그대로를 살렸어요. 손으로 직접 만든 도자기의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에요.


WSTD 제품, (좌)테라조 라인과 (우)아뜰리에 라인
UNBOXING 3 날마다 정성스럽게 사는 이들을 위한 테이블웨어
Q. WSTD 론칭 초기에 여러 유통사 중 29CM에 처음 입점하셨던 게 기억나요. 29CM 쇼케이스 콘텐츠로 브랜드를 알리셨죠?
(보형) 맞아요. 29CM 쇼케이스 콘텐츠를 시작으로 WSTD를 론칭했다고 할 수도 있어요. 단순히 제품, 가격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를 콘텐츠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유통처가 필요했거든요. 이전에 29CM에 재직했다보니 이를 가장 잘하고 있는 유통처가 29CM라고 생각했죠. 섬세한 표현들이 WSTD와 가장 잘 맞는 곳이기도 했고요. 두 달 내내 쇼케이스 콘텐츠가 차 있다고 해서 오픈 자체를 미루며 기다렸답니다.
(은현) 첫 물량 매진되고 리오더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인지도가 없는 상황이였는데도요. 또 선물용으로 개별 판매는 물론, 테이블웨어 세트로도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더욱 기뻤죠.




2020년 29CM 쇼케이스에 소개된 WSTD
Q. WSTD를 이용하는 고객은 보통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요?
(은현) 20대에서 40대를 아우르고 있어요. 아뜰리에 라인은 30대~40대 고객들이 주로 소비하시고 20~30대 초반 고객들에게는 컵, 접시 등이 조금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정성적으로 보면 ‘나를 위한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으세요. 자신을 위해 음식을 보기 좋은 그릇에 담고 정성을 들이는 분들이요.
(보형) 무엇보다 재구매 고객이 많아요. 제품을 써보신 고객 10명 중 5명은 다시 구매하거든요. 다른 제품을 소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요.
Q. 후기를 보니 고객 만족도도 높은 것 같더라고요. 실제 WSTD 그릇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평은 어떤가요?
(은현) 맞아요, 한 번이라도 WSTD 제품을 경험한 고객들은 자신이 가진 그릇들과 믹스매치가 잘 된다고 칭찬하시죠. 그릇을 좋아해서 하나씩 모으시는 분들도 많은데, 기존에 본인이 갖고 있는 어떤 그릇들과도 어우러졌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해주세요. 그런 부분들이 저희 장점이 될 수 있겠구나 싶어요.
(보형) 브랜드를 처음 경험하시는 분에게는 제품들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부분은 그래픽 접시, 술잔, 스프링클 머그 등 포인트가 될 수 있는 테이블웨어로 계속 개발하려고 해요.




Q. 기억에 남는 고객도 있으실 것 같아요.
(은현) 29CM 쇼케이스 후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이제 막 론칭한 브랜드니, 고객 인지도가 낮은 상태라 걱정이 있었어요. 근데 오픈 마지막 날 한 고객이 “여기 진열된 제품들 다 주세요” 하시더라고요. 놀라서 여쭤보니까 주얼리 디자이너고 색감이 다채로운 도자기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지나다가 저희를 발견했다더라고요. 특히 무광에 색을 입히는 게 만들기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오픈 첫날부터 한 개씩 구매하다가 마지막 날 묶음으로 사셨더라고요.
(보형)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제품만 보고 구매한 거니까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브랜드가 정말 얼마 시작한 지 안됐을 때 알아봐 주시니 참 감사하더라고요.
UNBOXING 4 그릇은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경험
Q. 올 초 2월에는 성수동에 쇼룸 겸 카페를 오픈하셨어요. 계기가 궁금해요.
(은현) 브랜드 운영 3년 차에 접어드니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 문의가 많더라고요. 사진으로는 질감, 컬러 표현이 잘 안돼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저희도 직접 고객을 만나볼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 저희 사무실 근처인 이곳에 쇼룸을 오픈하게 됐죠.
(보형) 그릇이라는 게 새롭게 가족을 들이는 것과 비슷해요. 오랫동안 쓰임새 좋은 그릇을 찾는 이유죠. 그래서 매장 한켠에는 WSTD 라인별로, 컬러감을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했고 원하는 디자인의 컵으로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매장에 와서 직접 보시고 만족하면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해요.



Q. 두 분이 생각하는 성수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은현) 재미있는 브랜드가 성수동으로 다 모이고 있는 것 같아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더 많아지니 저희도 함께 시너지를 얻고 있어요. 사무실을 성수동으로 정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매일 일상에서 트렌드를 가까이 경험할 수 있다보니, 영감을 얻는 매개체가 돼요. 출퇴근하면서 새로운 브랜드 쇼룸, 팝업 오픈 소식을 접하고 들려볼 수도 있고요.



Q. 앞으로의 WSTD가 기대되는데요. 계획을 들려주세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은현) 코로나에 엔데믹을 거치면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알리는 방법도 더욱 중요해진 것 같아요. 내년에는 성수동 내에 다른 곳으로 쇼룸을 이전할 계획도 세웠어요. 그리고 와인잔, 보석함과 같이 일상에 쓰임새 있는 제품들을 도자기의 매력을 살려 제작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답니다. 물론 여전히 좋은 제품은 고객이 단번에 알아보기 때문에 서두르지는 않고 만들어가려고요.
(보형) 저희가 자주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랫동안 손이 자주 가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요. 고객들과 함께한 시간이 좋고 나쁨을 떠나 애정이 깃든 브랜드요.
Edit by 김유나
Photo by 박솔지, WS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