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삶의 낭만을 디자인한다, 로맨틱크라운

Editor’s note
화려한 색감과 디테일을 보여주는 브랜드는 많지만, 메시지로 연결까지 하는 곳은 드물다. 로맨틱크라운은 자신만의 ‘낭만’을 깊게 고민한 후, 과감한 디자인으로 보여주는 실천력으로 10년 넘게 사랑받아 왔기에 특별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인생 속 낭만을 담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상 하나뿐인 낭만을 디자인하는 정민기 디렉터를 만났다.

23 SU 시즌 룩북 ⓒ로맨틱크라운
unboxing 1. 메시지가 명확할 때, 오래도록 나아간다
2009년에 론칭해 로맨틱크라운이 벌써 횟수로 14년 차가 되었어요. 변화와 부침이 많은 패션 업계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고민되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브랜드의 중심을 항상 기억하고,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남들이 하지 않은 걸 먼저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도 필요했죠. 예전에는 몸에 맞는 기본 핏의 후드 티셔츠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는데, 저희는 오버 핏을 먼저 내놨거든요.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죠.
로맨틱크라운이 생각하는 ‘낭만’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맨틱함과는 다른 것 같아요. 로맨틱크라운에게 ‘낭만’은 어떤 의미인가요?
‘로맨틱’하면 사랑이나 애정이 연상되지만, 저희는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진정한 낭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브랜드 슬로건도 “Life is Romantic”이죠. 일상이 특별해질 수 있는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에요. 매 시즌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을 선보이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2 FW 시즌 룩북 ⓒ로맨틱크라운
unboxing 2. 과감하게 확장해도, 로맨틱크라운답게
시즌별 스토리와 이미지를 구상한 후에 디자인을 한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인 제품 디자인 과정과 영감을 얻는 원천이 궁금해요.
최종 결과물을 상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처음에 제안하려는 가치를 확실히 정해서, 시즌별 컨셉을 직관적으로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품 디자인과 구성, 짜임새가 어떤 룩으로 합쳐질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죠. 그 다음 트렌드를 파악하고, 시즌별 테마와 무드를 정한 후 촬영, 디자인, 개발 등 단계를 거칩니다. 목표 판매량 같은 한계를 따로 정하지 않고 일하고 있어요.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픽과 컬러가 다채롭다고 느꼈어요. 제품 디자인할 때 핵심 키워드가 있나요? 로맨틱크라운만의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구현하는 과정도 궁금해요.
로맨틱크라운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 키워드는 다양성, 변화, 컬러예요. 새로운 시즌을 선보일 때마다 과감하게 시도하는 게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고 로맨틱크라운이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거든요. 트렌드도 로맨틱크라운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일상에서 입기 편한 디자인으로 만듭니다. 패션 유행과 디자인 사이의 간극을 웨어러블한 제품으로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 부담스러운 디자인의 제품들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내고 있어요.


로맨틱크라운 정민기 디자인 디렉터
캐주얼과 스트릿, 클래식함, 각각의 스타일이 모두 다른데, 로맨틱크라운 룩북에는 이 모든 스타일 무드가 일관적으로 묻어나는 것 같아 신기했어요. 컨셉을 잡고 제품을 개발하는 로맨틱크라운만의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컨셉에 대한 영감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얻어요. 70~80년대 빈티지 광고, 클래식한 무드의 서적 등 한계는 없습니다. 그 당시 사용했던 여러 소재의 특징을 꼼꼼하게 포착해서 해체한 후, 재조합해보죠. 그래픽과 폰트를 과감하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다면요?
세레머니 후디(ceremony hoodie)는 그 중에서도 의미 있는 제품이에요.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 포스터, 신문 광고 등의 이미지를 아이콘으로 단순화하고, 색감을 응용해서 만들었습니다. 고전적인 틀에 현대적인 컬러를 합쳐서, 상반된 스타일의 조화를 구현했죠. 제작 과정에서 핏이 잘못 출시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오히려 고객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그 때부터 아이돌분들도 많이 입어주셨고, 단일 컬러로만 7만 장 이상 판매됐죠. 고객들이 ‘해리포터 후드’, ‘쌀밥 후드’ 같은 애칭도 붙여줘서 더 특별합니다.



쌀밥후드, 해리포터 후드라는 애칭으로 인기있는 세레모니 테이프 와이드 후디(Ceremony Tape Wide hoodie)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이를 보여주는 콘텐츠도 중요할텐데요. 콘텐츠를 만들 때 신경 쓰는 요소들과 로맨틱크라운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시즌별 색감과 분위기가 핵심이에요. 옷의 디테일 같은 정보와 함께 시즌 메시지, 컨셉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는 비주얼, 무드를 위주로 제안하는 편이에요. 고객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요. 다만 작업할 때는 ‘누가 만들어도 로맨틱크라운처럼 보여야 한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같이 만들지만, 일관된 무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unboxing 3. 변화에 능동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진출 에피소드도 궁금했어요. 로맨틱크라운 연 매출의 절반이 해외 에서 나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거든요. 나라별로 시장과 고객 특징이 달랐을 텐데, 어떻게 확장할 수 있었나요? 현재 가장 반응이 좋은 곳은 어디인가요?
초기 반응이 좋았던 곳은 중국이었어요. 유명 왕훙과 라이브 커머스 진행하고, 현지 수요에 맞춰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죠. 이후 중국 최대 명품 편집샵인 I.T에도 입점해서 브랜드 가치도 높였고요.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죠.
최근에는 일본 시장 반응이 좋아요. 아이돌 문화 코드를 조합한 게 유효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운영 이래로 매년 빠르게 성장 중이에요. 오랫동안 브랜드를 지켜보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팝업스토어나 콜라보레이션, 아이돌 화보 등으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준비 중입니다.




2021년 로맨틱크라운 × 리복 협업 룩북 ⓒ로맨틱크라운
로맨틱크라운은 매년 새로운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하며 고유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어요. 협업 파트너를 정하는 기준과 특히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나요?
로맨틱크라운과 대비되는 브랜드를 주로 선정합니다. 함께 했을 때 새로운 시너지가 나는 지가 중요하죠. 2021년 진행한 리복(Reebok)과의 콜라보가 특히 기억에 남는데요. 첫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였는데, 클래식과 스포티함의 균형을 잘 잡은 결과물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진출 과정도 극적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디자인 초안을 만들고, 바로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아주 좋은 반응이 왔고, 본래 한국에만 발매하는 것이었는데, 중국과 호주, 유럽까지 확대됐어요. 상하이 리복 본사로 가서 제품 개발도 했습니다. 추진력으로 밀어붙였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왼쪽부터)위너브라더스 100주년 기념 해리포터 협업(‘23), 디어디어 협업(‘22), 배럴 협업(‘21),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협업('21)
또 같은 해 김희진 배구 선수와 협업도 순식간에 이뤄졌어요. 김희진 선수가 로맨틱크라운 팬인 걸 마케팅 담당자가 알고, 바로 협업 제안을 보냈거든요. 스케줄을 마치고 바로 촬영에 오셨는데, 한밤 중에도 애정을 갖고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반응도 아주 좋았어요. 협업 상품에 대한 재판매 요청도 많았고, 무신사 판매 1위도 기록했죠. 무신사에서 진행한 #셀럽도다무신사랑 캠페인 영상도 많은 호응을 얻었고요. 이렇게 협업이 빠르게 성사되고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들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김희진 선수가 신발에 새겼던 ‘NEVER SAY NEVER’ 문구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메시지를 기반으로 김희진 배구선수와 협업 컬렉션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로맨틱크라운 2021년 룩북

2021년 무신사 셀럽캠페인, #김희진의SELF_LOVE 🐻국민 곰돌이! 대왕 하리보 김희진의 😳웃참 인터뷰 ❤️풉❤️ [셀럽도 다 무신사랑] ⓒ무신사
14년 넘게 브랜드를 전개하며 고객 팬덤도 두터워졌어요. 어떻게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이를 브랜드의 힘으로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소셜 미디어와 고객 후기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무신사 후기에서 보이는 고객 니즈나 불편했던 점들, 지적 등을 반영하려 노력해요. 로맨틱크라운을 어떻게 소비하고 입는지도 봅니다. 고객 국적이 다양하다 보니, 저희가 생각 못 한 조합도 보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도 성장의 원동력을 얻습니다. 일본 고객들이 조금 더 컨셉을 잘 살린, 독특한 스타일링을 보여줘서 기억에 남습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중 기억에 남는 일도 있으신가요?
로맨틱크라운 제품을 아이돌이 입은 경우가 많다 보니, 저희 사무실까지 찾아와주시는 고객들이 많아요. 지방은 물론, 일본, 카자흐스탄, 홍콩에서 온 분도 있었어요. 글로벌 팬층이 두터워졌다는 걸 체감했죠. 로맨틱크라운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 때도 이런 요소를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unboxing 4. 나만의 방식으로 모험을 꿈꾸다
미래를 준비하는 로맨틱크라운이 이루고 싶은 꿈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모험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유럽권 시장에도 진출하고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컬래버도 생각하고 있고요. 이전에도 저희와 상반된 느낌의 브랜드들과 주로 협업했지만, 아예 다른 분야 브랜드와도 손을 잡고 싶습니다.
로맨틱크라운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자신감 있게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저희만의 메시지와 스타일로, ‘컬러풀한 패션은 가볍다.’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로맨틱크라운을 입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특별했으면 좋겠습니다.
Contributing editorㅣ최진수
닮고 싶은 브랜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듭니다. 광고대행사 미디어 플래너, 스타트업 마케터를 거쳐 독립 에디터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브랜드 이외에도 영화와 음악, 책과 게임, 공간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탐사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Photo by ㅣ박정원, 로맨틱크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