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가 만든 글로니(GLOWNY), 10명 중 8명이 재구매하는 이유

브랜드 언박싱
우리가 입고 쓰고 사랑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 제품에 대한 철학 등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의 생각을 나눕니다. 여러분의 언박싱을 더욱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Editor’s Comment
최제인 대표, 최지호 디렉터, 두 자매는 엄마가 입던 빈티지 데님에 흰 티셔츠, 뉴욕의 빈티지 숍, 자유분방한 문화를 경험하며 느낀 순간들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스스로를 옷으로 포장하는 대신 본인의 개성과 매력에 집중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느낀 것이다. 두 자매가 추억으로 만든 브랜드 글로니(GLOWNY)는 어느새 고객 글로너(GLOWNER)와 손잡고 더 크고 반짝이는 빛을 내고 있다.




글로니 2023 F/W 룩북
unboxing 1. 열정이 노력을 만든다
Q. 글로니 GLOWNY는 구체적으로 어떤 브랜드인가요?
글로니는 패션이라는 도구를 바탕으로 타인의 시선과 편견을 깨고 모두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전하고 싶은 브랜드예요. ‘You glow differently’, 너는 다르게 빛난다는 뜻으로 glow와 뒤에 -ny를 붙였죠. 뉴욕 진출을 하고 싶은 꿈을 드러낸 거예요. 동생과 미국 유학을 다녀온 곳이고 동시에 저희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기도 해요.
Q. 온라인 쇼핑몰 스푸닝을 운영하시다가 2020년 글로니를 런칭하셨어요. 스푸닝도 인기가 좋았던 편이었는데,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잘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보니 거래처와 소통하기 어려웠죠. 쇼핑몰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해야 하니까요. 틀을 깨지 않는 이상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제가 모델로 일했는데, 하루에 40벌 넘게 옷을 갈아입으면서 점점 힘에 부쳤거든요. ‘분명 열정은 있는데, 이걸 10년 이상 할 수 있을까?’ 질문했을 때, 스스로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브랜드 준비를 시작했어요.


Q. 패션에 대한 열정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대표님이 옷을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저희 엄마예요. 엄마가 정말 멋쟁이시거든요.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을 아직도 입으실 만큼요. 흰 티셔츠에 청바지, 가죽 재킷. 이런 아이템을 정말 좋아하세요. 엄마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 모습을 늘 보고 자라서인지 저도 입고 싶은 옷을 고르는 취향이 분명해졌어요.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옷을 누군가에게 제안하는 것도 즐겁더라고요. 노력은 열정이 만든다고 생각할 정도로 저에게 열정이 정말 중요한데요. 패션, 옷에 대한 열정만큼은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강해졌어요.

한남동 글로니 쇼룸 내부
Q. 친동생이자 글로니를 함께 만들고 있는 최지호 디렉터와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셨다고요. 당시 이야기도 궁금해요.
계획이 있어서 간 건 아니에요. 우연히 미국 여행을 갔는데 전혀 새로운 세계였던 거죠. 정말 자유롭고 신기한 곳이다,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모가 사시는 필라델피아에 갔어요. 사실 ‘유학을 다녀왔다’ 하면 금수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었는데, 전혀 사실무근이고요. (웃음) 액세서리, 패션 소품 등을 디팝에 팔면서 용돈을 벌었어요. 동생하고 패션 이야기를 매일 했어요. 항상 자연스럽게 우리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마무리로 이어지곤 했죠. 벌었던 용돈을 갖고 한 달에 한 번은 뉴욕을 꼭 가기도 했고요.





글로니 최제인 대표(좌), 최지호 디렉터(우) 미국 유학 당시 사진
unboxing 2. 경험에서 비롯된 클래식
Q. 글로니 얘기를 더 자세히 해볼까요. 브랜드를 론칭하고 초반에는 어땠나요?
첫 시즌 제품 만들고 5,000만 원 정도 적자가 생겼어요. (웃음) 멘탈 극복이 안 되더라고요. 재고는 엄청난데, 판매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스푸닝 고객이 글로니로 이어지지 않았거든요. 이익이 안 나니 직원들에게 챙겨줄 부분도 없었죠. ‘열심히 하자’는 의지보다는 눈앞에 닥친 상황을 해결해야 했어요. 깔끔하게 ‘이건 실패한 거고, 다시 해보자.’ 하고 일어난 것 같아요.
Q. 글로니를 다시 일으켜 준 제품이 있을 텐데요.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궁금해요.
세 번째 시즌에 만든 클래식 라인이죠.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어요. 티셔츠는 기본 아이템이니 브랜드 색깔을 드러내기가 어려우니까요. 무엇보다 ‘똑같은 원단에 다른 모양의 제품을 내는데 이걸 누가 사냐’, ‘ 안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거죠.




글로니 클래식 라인 룩북 (좌) 2023 2023 G CLASSIC EDITORIAL, (우) 2023 G CLASSIC 'CLASSIC IS CLASSY'
Q. 당시 진행한 무신사 라이브 시작 4시간 만에 매출 3억을 기록했다고 들었어요.
무신사 MD님도 ‘다 팔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표정은 아니더라고요. (웃음) 저희가 만들 어본 적 없는 제품이니, 소량으로 2천 장을 1차 제작했었어요. ‘이거 다 팔릴 수 있을까?’ 했는데, 무신사 라이브하면서 정말 미친듯이 판매됐어요. 거의 3배 넘게 제품이 판매된 것 같아요. 이제는 클래식 라인은 최소 3만 장 단위로 만들죠.

2023년 2월, 무신사 라이브 4시간 만에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 글로니 클래식 라인, 랭킹에도 상품이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Q. 하얀 탱크 탑, 데님이 대표적이죠. 워낙 심플한 제품이라 놀랐어요. 클래식 라인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솔직히 글로니 제품 중 제작할 때 제일 재밌는 게 클래식 라인이에요. 제 경험을 토대로 만든 라인이니까요. 엄마가 흰 티에 청바지 입고 외출하시던 모습,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입고 느꼈던 감정 등 이런 것들을 전하고 싶었어요. 기본 아이템을 스타일리시하게 입었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고 싶은 것도 있고, 당시 제가 느꼈던 설레는 감정을 고객들도 느낄 수 있으면 했어요.



그래서 고객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니까요. 글로니 클래식 라인은 여성이 입었을 때 예쁘게 보일 수 있는 반팔티예요. 기본이 제일 어렵다고 하잖아요. (웃음) 여기에 글로니의 무드를 녹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우리가 왜 이걸 만들었는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죠.
Q. 제품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누구나 있는 그대로 빛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로고를 크게 붙여서 만들어 보니, 어색해서 저도 못 입겠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로고를 다 뺐어요. 대신 입었을 때 알 수 있는 디테일을 더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 아메리칸 어패럴에 1,000만 원 이상 썼을 정도로 옷을 정말 많이 샀어요. 제품 어디에 어떤 게 있으면 좋을지 알 수 있는 이유죠.
그리고 동생과 저, 둘 다 동의해야 제품이 잘 되더라고요. (웃음) 저는 기획, 촬영 방향을 주로 보는 편인데 제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전체적인 디자인 기획과 흐름을 보는 동생이 ‘이런 트렌드가 있는데, 같이 접목해보자.’ 하고 시너지가 나요. 유학 시절부터 서로 붙어있었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아요.
unboxing 3. 나의 20대를 닮은 브랜드
Q. 글로니 룩북과 제품을 보면 자유분방하고 빈티지한데, 또 어떤 면에서는 사랑스럽고 클래식한 느낌도 있어요. 뭔가 이질적인 키워드 같은데 잘 어울리네요.
맞아요. 글로니 고객은 딱 20대예요. 초반, 중반, 후반 모두 아우르고 있죠. 카멜레온 같기도 해요. 글로니에는 20대가 가진 무한한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답니다. (웃음) 저의 20대 때를 회상하면서 그 순간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제품과 콘텐츠를 제안해요. 글로니 고객 중에는 옷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 많아요. 저도 좋아하는 브랜드 신제품이 나오면 꼭 사고 팝업하면 항상 찾아갔던 사람인지라,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죠.




글로니 룩북 (위) 2023 H/S 'DOWNTOWN BABY', (아래) 2023 S/S 'Dreamers' Utopia'
Q. 글로니가 대표님과 닮아있는 느낌이 들어요. 대표님 평소 성격은 어떠신가요?
뒤끝이 없고 쿨한 편이에요. 친구들은 ‘네가 어떻게 할지 예상이 안 간다’고들 해요. ‘잘 될까, 안 될까.’ 이런 생각들을 별로 안 해요. 해보고 안 되면 다르게 해보지 뭐, 이런 마음이 커요.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닌데, 신기하게도 팀원들도 다 MBTI 유형 중에 P(즉흥형)예요. (웃음) 다행히 모두 스트레스 안 받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최제인 대표(좌), 최지호 디렉터(우) (📸 최제인 대표 인스타그램 @jan3choi)
Q. 앞서 무신사 라이브 언급하셨는데, 무신사에 입점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무신사 입점에 부담이 좀 있었어요. 그전에도 여러 플랫폼에서 입점 제안이 왔었는데, 입점이 크게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안 나서 거절했었거든요. 저희는 고객을 ‘글로너’라고 부르는데요. 입점 제안을 주신 MD님이 글로너셨어요. 무신사 라이브도 MD님 제안으로 진행하게 됐죠. MD님이 일을 잘하시기도 했지만, 글로니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 더 시너지가 났다고 생각해요.
입점하고 나니, 판매가 선순환되는 걸 경험했어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매출이 잘 나지 않는 제품을 무신사에 판매하면 반응이 와요. 그리고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장점도 크고요.
unboxing 4. 진심이 닿다
Q. 글로니 고객들을 부르는 애칭이 글로너군요. 귀엽네요!
글로니는 첫 구매도 많지만, 재구매율이 80% 이상이에요. 20벌 넘게 구매해 제품 하나하나 리뷰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글로니가 4년 정도 되면서 멤버십 관리를 시작했는데, vip 고객과는 종종 식사도 해요. 지금까지 한결같이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옷을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래서 가끔은 냉정하지만, 진심으로 ‘이 옷은 안 어울리니까 이거 입어보는 건 어때요?’라고 솔직하게 얘기하기도 해요. (웃음)



팀 글로니 모습, 글로니는 한달에 한번, 팀원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책하는 시간을 갖고 이를 기록해 콘텐츠로 활용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져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
Q. 글로너들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겠어요.
일단 글로니 오프라인 행사에서 두 번 이상 마주치면 커피를 사드려요. 길을 가다가도 글로니 제품을 입고 계신 분이 있으면 커피 사 드리고 싶다고 말도 걸고요. (웃음) 아니면 제 가방에 글로니 제품이 있으면 드리곤 해요. 고객 입장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생기면 재밌잖아요. 신선한 경험이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마음, 그 하나인 것 같아요. 제가 좋아서 계속해 드리고 싶어요.


Q. 쇼룸을 한남동에 정하신 이유도 고객이 원해서였다고요.
맞아요. 글로너의 생각이 궁금할 때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려요. 매장 위치를 고민하다가 ‘어떤 곳에 매장을 열길 원하세요?’라 투표했는데 1위가 한남동이더라고요. 사실 럭셔리 브랜드도 많다보니 임대가가 높았지만 (웃음) 1년 동안 한남동을 돌아다녔어요. 브랜드 컨셉도 잘 어울려야 하니, 하늘이 탁 트여있고 빛이 잘 들어오는지를 중점으로 봤는데, 매물 나온 1층은 빛이 잘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4층에 자리를 잡았어요.
Q. 공간에 대해 좀 더 소개해 주신다면요?
제품의 핏, 실루엣, 디테일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마네킹, 행거를 적극 활용했어요. 제품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글로니가 전하고 싶은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니 쇼룸 내부도 신경 썼어요. 돈이 없어서 마음에 드는 옷을 피팅룸에서 입어보기만 하고 사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요. 그때의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 같았죠. 글로니 쇼룸에 와서 편하게 입고 즐길 수 있으면 했어요.



unboxing 5. 일상에 스며든 브랜드
Q. 글로니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웃음) 제가 현실주의자라 기억에 남는 순간보다 기억이 될 순간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당장 이 위치에 있고, 앞으로는 어떤 상황으로 만들어 갈지 등등이요.



Q. 그럼 현재 글로니는 생각하시나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작년 대비 올해 400% 성장했고 올해 목표를 70억 정도로 예상했는데 감사하게도 더 잘될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위치죠. 저희는 꿈이 커요. 한국을 넘어 뉴욕에 진출할 계획이에요.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게 많아요. 글로벌 팝업도 기획 중이고 협업을 해보고 싶은 브랜드로부터 제안이 와서 준비하고 있어요.
Q. 조금 더 먼 미래로 봤을 때, 앞으로 글로니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요?
이 일을 그만두면 제가 좋아하는 옷을 못 입게 될 텐데, 이게 정말 싫더라고요. 누가 만들어 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아직은, 앞으로는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반짝 흥행하고 사라지는 브랜드는 정말 되고 싶지 않아요. 꾸준히 일상에 스며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때로는 산책하러 가듯, 때로는 옆집 친한 언니네 집에 들리듯 놀러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글로니 가볼까?’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찾아올 수 있는 브랜드요.



Q. 마지막으로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정말 모든 걸 다 잘해야 성공하는 게 브랜드 같아요. 자금도 모아야 하고 고객도 신경 써야 하고요. 포장과 택배도 본인이 해야 하니 쉽지 않아요.(웃음) 운도 실력이라는 말, 상투적이긴 하지만 정말 맞아요. 없는 과정을 계속 쌓아가야해요. 갑작스럽게찾아오는 운을 잡을 수 있도록 브랜드가 계속 다져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Edit by 김유나
Photo by 배유리, 글로니